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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질병

“장애 동물 ‘삶의 질’ 향상시키는 게 목표”


“다리를 다친 뒤 산책을 할 때마다 다리를 들고 다녀 마음이 아팠습니다. 초코가 네 발로 산책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희망을 봤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양평동 ‘펫츠오앤피’ 재활실. 김정현(35) ‘펫츠오앤피’ 대표가 무릎 보조기를 채워주자 반려견 초코가 다친 발을 조심스럽게 땅에 내디뎠다.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초코 보호자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초코는 소파에서 점프를 하다 슬개골 골절 및 인대 파열 사고를 당했다. 직후 동물병원에서 3회나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절망감이 들 무렵, 김 대표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날 유모차를 타고 왔던 초코는 보조기를 차고 네 발로 떠났다.

김 대표는 국내 1호 동물재활공학사다. 장애 등으로 몸이 불편하거나, 수술 전·후 재활이 필요한 동물을 위한 보조기·휠체어 등을 제작해주는 게 김 대표의 일이다. 한 달에 평균 70마리, 지금까지 8000여 마리 동물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김 대표는 원래 사람의 의수족을 만드는 의지보조기 기사였다. 2011년 유튜브에서 꼬리를 잃어버린 돌고래에게 실리콘으로 인공 꼬리를 만들어주는 영상을 본 뒤 인생이 바뀌었다. 이 영상을 보고 김 대표는 어릴 적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어렸을 때 새끼 고양이가 문틈에 끼어서 다리가 마비돼 앓다가 죽은 일이 있었어요. 돌고래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죠. 그때 인공 다리 같은 게 있었으면 고양이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일을 바로 내가 하면 어떨까.”

하지만 국내 반려동물 재활 분야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김 대표는 동물 의지보조기 제작 일을 배우고 싶다는 메일을 수십 통 보낸 끝에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업체로부터 “돕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곳에서 기술을 배운 김 대표는 2013년 귀국해 ‘펫츠오앤피’를 개업했다.

김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로 골든리트리버 ‘동순이’를 꼽았다. 동순이는 홍역을 앓은 뒤 치료를 받다가 뒷다리가 마비됐고, 주인에게 버림받았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치료비를 모금해 보조기와 휠체어를 마련했습니다. 동순이는 당시 자원봉사자 중 한 명에게 입양돼 잘 크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최근 동물재활공학사협회를 설립했다. 그는 “국가인증을 받아 전문적으로 일할 수 있는 동물재활공학사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보조기를 통해 장애 동물들과 더 나아가 보호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내 목표”라고 말했다.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5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