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행사

‘버려진 동물’ 모인 쉼터에서 또다시 버려지는 동물들…‘무대책’ 사설 보호소

지난달 전남 여수에서 관리자 없이 방치된 사설 유기동물보호소가 발견됐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설의 개와 고양이 130여 마리는 며칠째 굶은 상태였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는 죽어 있었다. 인근에는 개와 고양이의 유골이 널려 있었다. 살아 있는 동물은 중성화수술과 심장사상충 치료가 안 돼 있었다. 이곳 소장 A씨는 다른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 100만 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사설보호소의 수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보호소를 관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이 안의 동물은 사실상 방치된 실정이다. 홀로 100마리 넘는 동물들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사육 능력을 넘을 정도로 많은 동물을 키워 발생하는 동물학대)’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수의 사설 보호소 경우처럼 1인 관리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자칫 집단유기 사태가 일어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사설동물보호소는 전국 82곳이다. 정부는 최근 처음으로 사설동물보호소 숫자를 조사했다. 3년 전 동물단체 조사보다 10곳가량 늘었다. 농식품부가 이중 20곳을 현장조사한 결과 11곳에서 직원이 소장 1명뿐이었다. 보호소 3곳은 1인당 관리하는 동물이 200마리를 넘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드러나지 않는 곳을 합치면 사설 보호소가 전국에 150여곳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최근 3~5년 사이 관리자 없이 방치됐다 발견된 사설 동물보호소가 최소 3곳”이라고 말했다.


사설 동물보호소에 관한 직접적인 법은 아직 없다. 환경부는 지난해까지 축산농가에 적용하는 가축분뇨법을 사설보호소에도 적용해 기준 미달 시 폐쇄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관련 항의 청원이 들어오자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설 보호소에 적용되는 법률은 동물학대 행위를 규정한 ‘동물보호법’이나 사육시설 건물 기준이 적힌 ‘건축법’ 정도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설보호소의 동물을 재분양하는 일도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가 보호소 소유주로부터 동물에 관한 포기각서를 받고 소유권을 반환받아야 하지만 소유주가 버티면 강제할 수 없다.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사설 보호소 소유주가 동물을 관리하지도 않으면서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유권을 넘겨받더라도 지자체 보호소가 전부 포화상태여서 동물을 분양받겠다는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로 이어지게 된다. 여수시청 관계자는 “가능한 한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있지만 지자체에 주어진 권한 자체가 많지 않아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정책 수립 논의를 시작했다. 동물보호법 주관 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발표할 ‘동물복지 5개년 계획’에 사설보호소 신고제 도입 계획을 포함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고제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고민”이라면서 “개체기록카드, 중성화 등 방안이 있지만 워낙 미달하는 곳이 많아 한 번에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내년 1월까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 분뇨처리기준부터 만들 계획이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유기동물이 양산되는 구조, 부족한 지자체 보호소 등의 문제로 사설보호소가 유기동물 보호에 기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면이 있다”면서 “정부가 동물 보호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립해 궁극적으로는 사설보호소에 흡수되는 동물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